우주: 세계의 탄생
차원에 대하여
0차원에 대한 상상
차원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위치를 말하는 데 필요한 좌표의 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사과의 크기를 말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좌표가 필요하다. 가로, 세로, 높이. 사과는 3개의 좌표축이면 크기나 위치를 말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3차원의 존재다.
그런데 사과의 색깔이 변해간다고 해보자. 이런 변화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하나의 좌표가 더 필요하다. '시간'이라는 좌표축이다. 그래서 실제 세계 속에 존재하는 사과는 4차원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으로 말이다. 이를 합해서 4차원의 시공간이라 부른다. 우리 모두 4차원의 시공간에 존재한다.
특정 차원의 존재는 자신의 세계를 한 차원 낮은 단계로 경험한다.
1차원: 선 -> 점
2차원: 면 -> 선
3차원: 입체 -> 면
4차원: + 시간: 우리 세계 / +공간: 상상하기 어려움
예를 들어, 우리가 컵을 볼 때, 앞면을 보면 뒷면은 볼 수 없고, 뒷면을 보면 앞면을 볼 수 없다.
만약 3차원에서 추가 차원이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라면 어떨까?
공간이 4차원인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를 상상해보자. 그는 어쩐지 매우 복잡하게 생겼을 것만 같은데, 그가 세계를 본다면 그에게 세계는 3차원의 입체로 드러날 것이다. 즉,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가 3차원 공간의 인간에게 관심이 있다면, 그는 인간에게 드러나지 않는 추가 차원에 숨어서 인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눈앞에 있는 인간의 얼굴을 보는 동시에 뒤통수를 볼 것이고, 이 인간이 점심에 무엇을 먹었고 얼마나 소화했는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5차원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이 세계도 추가된 차원이 시간인지 공간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공간의 3차원에 시간이 2차원인 세계를 상상해보자. 시간의 2차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1차원의 시간을 살아가지만 엄밀하게는 0.5차원의 시간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간이 하나의 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이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만 향한다.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느다. 하지만 1차원의 시간은 과거로도 미래로도 흐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을 0.5차원이 아닌 1차원으로 다루는 현대 물리학에서는 실제로 과거, 현재, 미래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시간은 수식 안에서의 변수 t로만 존재할 뿐, 여기에 어떤 수치를 넣느냐에 따라 결과 값만이 도출된다. 즉, 물리학의 시간에서는 우리에게 강렬하게 체험되는 '현재'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시간을 1차원이라 가정하고, 여기에 하나의 시간 차원을 덧붙여보자. 시간의 2차원. 그러한 세계를 살고 있는 존재는 세계를 어떻게 경험할까? 그의 시간은 선이 아니라 면의 시간이다. 그는 시간의 언덕을 자유롭게 넘어서 과거나 미래를 경험할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영상을 보듯 그는 우리를 볼 것이다. 우리를 앞으로 빨리 감거나 잠깐 멈추거나 과거 어느 순간으로 되돌릴 것이다.
추가 차원이라는 더 높은 단계의 세계를 경험하는 존재는 낮은 차원에서 분리되어 있는 존재들을 미분리의 통합적인 존재로 볼 것이고, 3차원의 우리에게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이는 사물들이 그 근원에서는 하나임을 쉽게 직관할지 모른다. 2차원의 존재에게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다른 것으로 경험될테지만, 우리에게는 한 동전의 다른 측면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0차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0차원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크기도 갖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다. 시간, 공간과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먼 미래에 우리 후손들이 차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수많은 우주와 차원을 오가는 가운데 0차원에 존재하는 무언가와 조우하게 된다면, 그를 '신'이라고 혹은 '자아'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이자, 모든 것을 보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일원론적 존재일 것이다.
다중 우주론이 해결하는 문제
우주가 하필 지금의 모습인 이유
다차원의 다중 우주는 실제로 관측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
-> 다중 우주론을 전제할 때 인류가 현재까지 답하지 못한 수많은 질문이 장력한 정합성으로 설명되기 때문
우리 우주의 상수 값들을 그저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세밀하게 조율되어 있음(미세 조정 문제)
-> 이 거대한 우주는 마치 인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임.
이것은 우주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필연! 우리 우주는 그저 수많은 가능성 중 다만 한 가지 형태를 가진 우주일 뿐. 지금과 같은 물리량을 가진 까닭에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과 생명이 탄생했고, 지능을 가진 존재가 태어나 자기 우주에 대해 질문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설명 방식을 인간 중심 원리라고 한다.
인간 중심 원리
우주의 존재 이유와 인간
인간 중심 원리는 우리가 하필이면 왜 이러한 상태의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인간의 존재로부터 역으로 추론하는 설명 방식이다.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1990년 무렵 관측된 암흑 에너지의 밀도가 왜 하필 70%가량 이 되는지 설명하기 위해 인간 중심 원리를 제안했다. 인간 중심 원리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수많은 우주는 각각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서로 다른 상수 값을 갖는다. 그중 천체와 생명체가 발생하기 적합한 정도의 암흑 에너지의 밀도를 갖는 우주가 수없이 있을 것이고, 그중에서 우리 정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 우주가 있을 것이며, 그러한 우주에서 생명체가 우주를 탐구하는 과정 중에 왜 자신들이 관측하는 우주가 하필이면 이러한 상수 값을 갖는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다중 우주론에 근거한 인간 중심 원리는 반증가능성을 갖는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인간 중심 원리가 우주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인간 중심 원리의 하나인 강한 인간 원리는 과학이 말할 수 없는 인간과 우주의 존재 의미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강한 인간 원리는 약한 인간 원리와 구분되는 견해. 약한 인간 원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한 인간 중심 원리.
강한 인간 원리는 이렇게 질문한다.
다중 우주의 개념에 따라 수많은 다중 우주가 완벽하게 독립되어 있다면, 우리는 우리 우주와 어떠한 정보도 주고받지 않고 그 안에서 생명을 탄생시키지 못하는 우주를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외부와 완벽히 독립되고, 그 안에 생명을 포함하지 않는 우주를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결론으로부터 강한 인간 원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주는 어느 단계에서 그 안에 관찰자의 탄생을 허용해야 한다.'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이 결론을 딛고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참여 인간 원리를 말한다. 그것은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관찰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약한 인간 원리에서 참여 인간 원리로 나아가며, 우주의 존재 기반은 우주 자체에서 점차 그 안의 관찰자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다중 우주론과 인간 중심 원리는 세계가 발현된 주요 원인으로 관찰자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 관찰자는 놀랍게도 동양과 서양의 거대 사상으로 이어진다.
최종 정리
첫 번째 장(우주: 세계의 탄생)이 끝났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큰 그림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위대한 스승들의 거대 사상이다. 그들을 세계와 자아의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여기서 세계와 자아의 관계라는 주제에는 사실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사유가 다루는 세 가지 범주가 모두 함축되어 있다. 인문학은 전통적으로 세 가지 근본 주제를 다뤄왔다. '세계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인가?' '세계와 자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위대한 스승들이 세 번째 주제를 탐구했다는 것은 실제로는 모든 주제를 아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우주의 시작에서 출발했다. 다음 장에서는 우리 우주의 시작, 그리고 그 안에서 눈뜬 관찰자로서의 인류의 탄생을 추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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