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0 요약#4

최문경 블로그 2021. 7. 14. 09:07

베다: 우주와 자아

위대한 스승들

왜 그들은 축의 시대에 등장했는가

 

위대한 스승은 수많은 시대와 장소에서 탄생함.

그중에서 특히 경이로운 시기가 있었음.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축의 시대'라 불리는 시기가 도래한 것.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와 고타마 싯다르타

중국에서는 노자와 공자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

 

왜 하필이면 이 시기에 공통적으로 위대한 스승들이 거대 사상을 설파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음.

다만 바로 앞선 시기가 세계 각지에서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를 겪은 격동의 시기였던 것만은 분명함.

 

도시 생활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고, 경제, 정치,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으며, 이는 폭력과 전쟁으로 귀결됨. 어쩌면 축의 시대는 처음으로 문명을 일으키고 그로 인한 문제에 직면한 인류가 필연적으로 요청할 수 밖에 없었던 사유의 귀결이었을지도 모름.

 

2500년 전 인류가 맞이한 최초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 위대한 스승들이 어떤 가르침을 주었는지 참고하고, 지금 우리의 시대를 돌아보자.

 

 

역사적 배경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절반

 

아리아(고귀하다는 의미)인이 인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손에는 <베다>가 있었음.

'베다'는 산스크리트어로 지식, 지혜, 앎을 의미하고, 종교적이고 신화적이며 동시에 철학적인 방대한 양의 문헌으로,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문서 중 하나.

 

인류에게 가장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문서는 두 가지.

하나는 <구약>이고, 다른 하나가 <베다>

<구약>은 아브라함 계열의 3대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뿌리가 되었고 이 세 종교는 인류 절반의 세계관을 형성함.

<베다>는 우파니샤드와 힌두교, 불교의 뿌리가 되었고 나머지 절반의 세계관을 형성함.

 

우리가 굳이 낯선 세계관인 <베다>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나의 세계를 넘어서기 위함.

자기 세계의 지평을 진정으로 넓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내면의 경계를 넘어서야만 함. 그리고 <베다>가 당신의 세계 너머에 위치한 거대한 대륙임.

 

<베다>는 핵심 경전에 해당하는 상히타와 부속 경전으로 구분됨.

상히타에는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주르베다, 아타르바베다의 네 가지 문서가 있음.

이 중 중요한 문서는 가장 오래된 리그베다

 

부속 경전은 브라흐마나, 아라니아카, 우파니샤드가 있음.

이 중 중요한 문서는 우파니샤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철학서이며 여러 다양한 신들에 대한 찬양을 주로 다루고 있는 <베다>와는 달리, 우주의 최고 원리를 탐구하는 심오한 철학을 전개함.

 

아리아인이 <베다>를 중요시했던 건 그들의 세계관 때문이었음. 그들은 자연, 신, 사제(브라만), 인간이 서로 인과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순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음.

<베다>가 중요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 복잡하게 연결된 세계를 정교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 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

 

시간이 흐르면서 브라만의 높은 신분과 권위는 고착화되었고 이것이 인도의 계습 세습 제도인 카스트의 시작이었음.

 

 

베다의 신화

신에 대한 세 가지 구분

 

우리가 평소에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C유형: 초월적 능력자

B유형: 창조주

A유형: 궁극의 전체

 

C유형은 셋 중에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가장 구체적인 유형으로, 인간적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존재로서의 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 아폴론, 디오니소스 등이 여기에 속함.

B유형은 우주와 세계의 창조자 이자 유일한 지배자로서의 신. <구약>의 하느님, 하나님, 야훼, 여호화, 알라가 여기에 속함.

A유형은 특정 존재나 인격적 주체가 아니라 우주 전체, 혹은 우주의 근본 원리, 거대 법칙으로서의 신. 베다 신화의 브라흐만이 가장 전형적인 모습.

 

브라흐만은 인간성을 넘어서 만물의 근거가 되는 대우주의 본질. 노장 사상의 도, 불교의 열반 혹은 공, 그리고 현대 물리학의 모든 것의 이론(ToE)이 그리는 세계가 여기에 부합함.

 

각 유형은 차례로 다신론, 유일신론, 범심론이라고 말해짐.

여기서 유일신론과 범신론은 일반적으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얼려져 있음.

유일신론은 신과 인간을 단절의 관계로 파악하는 반면에 범신론은 신과 인간을 동일 선상에서 이해함.

예를 들어 하느님은 우주과 세계의 창조주이지, 인간과 동일한 존재가 아님.

반면에 브라흐만은 우주와 세계 그 자체인 동시에 개별적인 인간의 참된 자아와 동일시됨.

 

<베다>에는 흥미롭게도 세 종류의 신이 동시에 등장함.

 

그렇다면 다양한 신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토록 많은 신을 낳은 자는 누구이고, 자연현상과 인간 정신을 창조한 주체는 누구인가? <베다>는 모든 것의 창조자인 최고신을 제시함으로써 이 질문에 답함.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창조자라는 인격적이고 종교적인 설명보다 더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설명을 요구함. 결국 깊은 사유와 성찰을 통해 존재의 기원과 본질에 대해 설명하는 A유형의 철학적 논의가 등장함. 우파니샤드가 정리된 것.

 

 

일원론의 시작

고대 인도인이 찾은 궁극의 지혜

 

우파니샤드는 산스크리트어로 '가까이 앉다'라는 뜻으로, 스승과 무릎이 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제자들에게 비밀스럽게 전수되는 지식을 의미.

 

<베다>의 방대하고 복잡한 내용 중에서 핵심이 되는 사상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함.

 

우파니샤드가 탐구하는 분야는 세계, 자아 그리고 이 둘의 관계

 

세계는 브라흐만, 자아는 아트만.

아트만은 '의식'을 의미하는 데 즉각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우선은 당신의 주관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자. 관찰자, 보는 자, 경험하는 자, 체험자, 인식 주체, 당신 안에 앉아 당신의 오감을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존재.

 

이 책 전체가 이 의식에 대한 이해를 향해 수렴해감.

 

그 아트만은
누구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누구에 의해 죽게 되는 것도 아니며
그 자신 이외의 다른 어떤 근원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며
어떤 다른 것을 낳지도 않는 것이라.
그러므로 이 아트만은 태어난 적도 없으며
육신이 죽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카타 우파니샤드>

 

 

우파니샤드는 서로 달라 보이는 두 개의 근원이 사실은 하나라고 선언함으로써 세계와 자아의 관계를 밝힘. 즉, 브라흐만과 아트만은 하나다. 이것을 '범아일여(梵我一如)'사상이라고 함.

 

우파니샤드의 결론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음.

"네 밖에 펼쳐진 광활한 우주의 실체와, 네 안에 펼쳐진 자아의 본질은 궁극으로 하나다."

 

이것이 고대 인도인이 찾아낸 궁극의 지혜.

 

 

범아일여의 현대적 의미

자아, 세계 그리고 관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 자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옷, 사회적 역할, 생물학적 관계, 신체, 정신을 벗어놓고 보면 당신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다.

당신의 1인칭 관점, 무엇인가를 보는 자, 바로 그 자리에서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능력, 관조하는 무엇, 다시 말해 텅 빈 의식만이 남아있다.

 

우리의 내면에는 빠르게 돌아가는 필름이 있다. 기억, 감각, 감정, 꿈, 느낌이 돌아가며 세상을 그려낸다. 이때 이러한 모든 정신적 작용을 일으키는 영사기의 빛이 의식이다. 스스로는 특정한 상을 갖지 않지만 모든 상을 일으켜 세우는 순수한 가능성의 상태, 이것이 자아의 순수한 본질적 상태다. 고대 인도인은 자기 내면의 이 투명한 의식을 아트만이라 부른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세계관이 있음.

실재론과 관념론.

실재론은 상식적인 세계관으로, 세계가 자아보다 앞서 있다는 관점.

관념론은 자아가 세계보다 앞서 있다는 관점.

 

실재론에서는 세계가 고정되어 있음. 우주, 은하, 태양계, 지구, 국가, 사회 등. 그것이 무엇이든 세계라는 것이 먼저 있었고 나중에 나라는 존재가 태어나서 그 세계 위를 걸어 다니고 있는 것.

 

관념론에서는 자아가 고정되어 있음. 나의 마음, 정신, 내면, 의식 등 그것이 무엇이든 자아가 앞서 있음. 그리고 내면이 탄생하는 동시에 세계가 나의 내면세계에 드러남.

 

실재론의 세계관에서는 세계와 자아가 분리됨. (이원론)

관념론의 세계관에서는 세계와 자아가 분리되지 않음. (자아가 사라지면 세계도 함께 사라짐)(일원론)

 

 

사회적 영향

내면을 탐구하는 자들의 시대

 

  • 슈라마나(사문): 개인 깨달음 중시
  • 브라흐마나(바라문): 전통 중시

 

중간 정리

범아일여 사상은 3천 년의 시간을 관통하여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도착했다. 우리가 낯선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고대 인도인의 사상을 다루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치열하게 살다 간 수많은 사람이 어떤 사상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각자가 어떤 진리를 길어냈는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그럴 때 우리는 고집스레 앉아 있던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 광활한 보편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우파니샤드의 문제

모든 종교가 갖게 되는 고민

 

 

<우파니샤드>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감.

하지만 깨달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명상과 수행에만 전념하는 출가자가 너무 많아져서 문제가 됨.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세속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개인이 늘어나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

 

인류 역사에서 개인의 진리 추구와 사회의 공적 요구 간의 충돌을 지역과 시대를 초월해 흔하게 발생함.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국가적 차원에서 종교나 사상을 억압하는 것.

오늘날 남은 대부분의 거대 종교와 사상은 이에 적응해 살아남은 것.

 

역사상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교와 사상은 사회화를 고민해야만 했고 인도의 사상도 마찬가지.

 

고대 인도인은 국가가 강제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이 문제를 지혜롭게 수습함.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 기타>가 지금까지 인도 사상의 한 축이 되고, 인도인에게 폭넓게 사랑받아온 이유가 여기에 있음.

<바가바드 기타>가 어떻게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는지 알아보자.

 

 

바가바드 기타

세속과 탈속의 화해

 

<마하바라타>는 총 18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서사시로, 바라타족의 전쟁에 대한 설화.

이 중 6권이 <바가바드 기타>

 

<바가바드 기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노래' 혹은 '거룩한 자의 노래'란 뜻이고, 줄여서 <기타>라고 함.

베다, 우파니샤드와 함께 힌두교의 3대 경전이자 가장 중요한 철학서로 여겨짐.

 

왕자 아르주나와 그의 마ㅜ 크리슈나가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짐.

전쟁터에서 형제, 친척에 맞서 싸워야 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처한 아르주나에게 크리슈나가 다르마, 즉 의무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통해 신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내용.

 

"아르주나여. 그대는 두려움 없이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는 그 행위에 대한 보상과 영광과 성공에 대한 그 어떤 바람 없이 행동해야 한다. 올바른 행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떠한 기대, 어떠한 성공을 위한 바람조차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크리슈나가 말하는, 인간이 신으로 향하는 길이다. 겸허히 의무를 행하고,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

 

그렇다면 신이란 무엇인가? 크리슈나는 신의 본성에 대해 설명한다.

 

"나는 그대에게 자아의 신성에 대해 설명하겠다. 나라는 존재는 고정된 틀을 갖지 않는다. 자아는 모든 것의 시작이고 중간이며 끝이다. 자아는 모든 존재의 탄생이고 시작이며, 끝이자 죽음이다. 자아는 영원하니 결코 태어난 적이 없고 결코 죽은 적이 없다. 자아는 모든 곳과 모든 사물 속에 존재하고 자기 속에 모든 만물이 존재한다. 자아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란 움직이는 것이나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그 어떤 것도 없다."

 

세속과 탈속의 가치는 언제나 균형을 가져야 하지만, <바가바드 기타> 이전의 인도 사회는 <우라피샤드>의 영향이 압도적이었음.

이때 <바가바드 기타>가 등장함. 아르주나는 세속적 의무 앞에서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갑자기 탈속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크리슈나는 지혜롭게 답을 해줌.

 

세속과 탈속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세상이 너에게 쥐여준 의무를 행하라. 그리고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 그럴 때 행위는 업을 만들기 않을 것이고, 너를 신에게 향하는 길로 인도할 것이다.

 

여기에 <바가바드 기타>의 보편적 가치가 있다. 아르주나의 고민은 당시 인도인만의 고민이 아님.

이것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모든 인간의 고민.

우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의지를 상실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음.

우리가 그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이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주저할 때, 크리슈나는 우리에게 지혜롭게 말해줌.

 

네가 준비해왔던 바로 그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행하라. 다만 그것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 그럴 때 너의 마음은 평온해질 것이고, 자유로워질 것이며, 네 안의 신에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가바드 기타>가 오늘날까지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

 

 

힌두교의 세계관

인도 정신의 종합

 

 

최종 정리

세 번째 장이 끝났다. 우리는 앞서 1장과 2장에서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후 3장부터는 자아와 관계의 문제를 다루며 위대한 스승들의 거대 사상을 본격적으로 알아보는 여정이다. 방금 그 첫 여행지로서 인도 사상의 대륙을 횡단했다.

3장에서 우리가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할 개념은 한 가지다. 범아일여. 우리는 이성적으로나마 이 개념을 이해해보기 위해 머릿속에 투명한 수정구슬을 떠올렸다. 이제 다시 투명한 수정구슬을 꺼내어 그 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 담긴 왜곡된 세계를 관찰하자. 수정구슬이 의미하는 것은 '나의 마음'인 동시에 '내 마음이 만들어낸 세계'다. 둘은 분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를 본다는 것은 곧 나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을 본다. 나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그려낸 세계가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이성적으로나마 범아일여를 이해하기 위한 첫 단계다.